[서평] 다문화\'(multicultural-)\'라는 형용사는 무엇을 수식하는가 (2012)

June 5, 2017 | Autor: Minjung Kim | Categoria: Multiculturalism, South Korea, Mig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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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multicultural-)’라는 형용사는 무엇을 수식하는가? - 다문화 사회,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 (이소희 엮음, 서울: 보고사, 2012년 3월) 저자

김민정

(Authors)

출처 (Source)

문화와 사회 13, 2012.11, 249-259 (11 pages) Culture & Society 13, 2012.11, 249-259 (11 pages)

(Publisher)

한국문화사회학회 The Korean Association for Sociology of Culture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2041029

APA Style

김민정 (2012). 다문화‘(multicultural-)’라는 형용사는 무엇을 수식하는가?. 문화와 사회, 13, 249259.

이용정보 (Accessed)

강원대학교 203.252.80.220 2016/03/09 11: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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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사회 제13권(2012) 249~259

서평 다문화‘(multicultural-)’라는 형용사는 무엇을 수식하는가? : 다문화 사회,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 (이소희 엮음, 서울: 보고사, 2012년 3월)

김민정*

‘다문화’는 무엇을 수식하는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관련 도서는 과히 출판 붐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여성결혼이민자와 혼혈인, 이주자에 대한 정부의 사회통합 방안이 발표된 이후 6년 동안, 제목에 ‘다문화’가 들어간 도서는 모두 (대형 서점 온라인 매장을 검색하면) 282권이 출판되었다. 서평 대상인

이 책, 󰡔다문화 사회: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이 나온 올 3월 이후에 도 일곱 달 동안 35권의 책이 더해졌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어임에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다문화 관련 주요 법률은 2007년에 제정된 재한외국인처우기 본법과 2008년에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이다. 두 법안은 국제이주 상 황과 관련된 사회 서비스의 문제를 다룬다. 정책 대상은 국내 외국인 중 합법체류자만으로 제한하며 결혼이민자를 특별히 구분하고, 한국인의 국 *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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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결혼으로 생긴 가족을 일반 가족과 구분한다. 한편 실제 정책 내용은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적응과 자녀들의 교육지원 위주로 구성된다. 한국 정부가 정책 수립시 참조하는 캐나다나 미국, 호주, 서유럽의 나 라들은 이미 1960년대 말부터 국제이주가 본격화되었고, 일반 이민자나 이주노동자 및 그들의 가족이 다문화 관련 정책의 주요 대상이다. 결혼 을 통해 외국인 배우자로 이주하는 것은 더욱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보 장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될 뿐, 그렇게 구성된 가족 자체를 특별하 게 분류하며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학교 교육에서도 마찬 가지이다. 부모의 인종 유형이나 문화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자녀를 분류 하여 별도의 교육정책을 펴는 경우는 없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국제결혼 으로 생긴 가족을 ‘다문화가족’이라고 따로 이름 붙이지 않는다. ‘다문화 공생사회’라는 슬로건이 사용될 뿐이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한국 사회에 서 ‘다문화’라는 말은 한국 특유의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문화’(multicultural-)는 ‘사회'(society)나 ’주의'(-sim)와 같은 수식 대상

이 필요한 형용사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뒤이은 수식대상 없이 그냥 ‘다문화’라는 형용사만으로 특정한 시류나 분위기를 애매하게 지칭한다. “다문화가 문제니까”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또는 다문화는 ‘외국출신의-’이나 ‘한국에 사는 외국출신의 국가문화와 관련된-’을 대신

하기도 한다. “다문화 가족”과 함께 “다문화 공무원”, “다문화 영상제”, “다문화 축제” 등의 조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다문화가족’과 ‘이주노동자’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별도의 정책적 지원에 찬성하는 태도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비슷하게, 한국내 외국인과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보이는 반감이나 차별적 태도는, 주로 온라인에서, ‘반다문화’라고 표현된다. 한편, 국제결혼 성비의 불균형 때문에 다문화 가족의 절대다수는 외국 출신 여성배우자의 가족이며, 자녀교육이 어머니 여성의 책임이라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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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지는 풍토 속에서 혼혈 자녀의 교육도 다문화가족의 문제로 제기된다. 다문화 가족이라는 호명으로, 한국 가족에 소속된 법적인 한국인들 중에 서 특별히 구분되는 여성과 어린이 및 청소년 집단이 생겨나는 것이다. 즉 ‘다문화가족’은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극히 동질적인 한국사회의 부계 가족 전통에서 탄생한 정책 용어이지 분석을 위한 학술용어가 아니 다. ‘다문화’가 가족을 수식하거나 아니면 대상 없이 애매하게 사용되는 한국적 용례 자체가 사회과학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제이주가 증가하는 시대에 ‘다문화’는, ‘사회’를 수식하여 오늘날 변 화하는 사회 상황을 지칭하거나, ‘주의’와 결합하여 이러한 변화상황에 특정한 입장을 표명하는 용어로 사용될 때, 논의의 맥락이 분명해진다. 이때 ‘다문화 사회’에 대한 논의는 한국 영토에 사는 사람 중에서 외국 인과 다문화 가족을 구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문 화적으로 복잡해지는 배경과 그로 인한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다문화 사회의 ‘다문화 가족’ 오늘날 다문화 한국사회의 변화 내용과 향방을 폭넓게 고찰한다는 점 에서 이 책의 출간은 시기적절하고 유용하다. 모두 14편의 논문이 들어 있는데, 글쓴이들의 전공은 사회학과 영문학에서부터, 사학, 문화인류학, 언론학, 국문학, 심리학, 식품영양학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428페 이지에 이르는 많은 내용은 I부 “다문화 사회와 이주민의 정체성”과 II 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으로 나뉜다. I부에 는 한국을 향한 이주와 한국 사회내 이주자에 대한 논문 8편이 실려 있 고, II부에는 한국에서 해외로 나간 디아스포라 및 이주자에 대한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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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이 실려 있다. I부의 구성과 내용에서는 현 다문화사회에 대한 논의의 폭을 넓히려

는 노력이 엿보인다. 여기에는 한국의 결혼이주에서 나타나는 초국적 정 체성을 후기 근대성의 틀로 포괄하려는 이론적 설명에서부터 (심영희), 귀화한 해외입양인의 정체성 (이소희), 한국인의 배타성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국민정체성의 국제 비교 (정기선, 이선미), 결혼이주여성의 가족관 계에 대한 제주 사례 (염미경), 결혼이주여성의 가정에 대한 인식 (김현 미), 결혼이주여성의 식생활 현황 (신원선)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아동의 생활 (도남희), 한국 사회에서 새로이 주목되는 미디어를 통한 다문화교 육 (정의철)에 대한 연구가 실려 있다. 간략히 논평해보면, 심영희의 글은 국제결혼을 이차 근대성 논의 속에 서 분석하는 의미있는 시도이다. 인터뷰 사례의 맥락과 의미에 비해 이 론화와 개념화는 다소 과잉으로 보이는데, 정체성의 네 가지 유형을 일 종의 발달 단계로 상정하는 것을 재고하고, 인터뷰를 한 결혼이주여성들 의 성공사례가 왜 ‘초국적 정체성’의 유형으로 분류되는지 좀 더 자상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소희의 글은 귀환 해외입양인이라는 보기 드문 연구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초국가적 하이브리드 시민주체’의 가능성이 선언처럼 제시되는 점이 아쉬운데, 문학작품을 통한 정체성 연 구의 특징이 더해지면 설득력이 보강될 것이다. 정기선과 이선미의 글은 국민정체성을 시민적 요인과 종족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국가 비교를 하 며, 이민자에 대한 배타성이 각기 다른 맥락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중요 한 지적을 한다. 한국의 국민 정체성 유형이 종족적으로 더 치우치거나 배타적이지 않다는 결론의 맥락과 의미가 좀 더 설명되면 좋았을 것이 다. 김현미의 글은 결혼이주여성를 문화해석자의 위치에서 보고 정체성 분석을 시도한 보기 드문 연구이다. 이민자와 선주민 사이의 ‘관계적’ 지표에 대한 분석이 없기 때문에 이주여성의 ‘접경지대 히스테리’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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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사회 2012 가을/겨울 호 통권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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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새로운 디아스포라 정체성’에 대한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염미경의 글은 국제결혼이주여성과 가족관계에 대한 지역 사례로서 제주를 연구하였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반도와 다른 제주 특유 의 가족관계가 국제결혼 가족에 어떻게 투영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신원선의 글은 “올바르지 않은 식습관을 교정”하고 “자녀 식습관교육을 점검하고 지도”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어머니 역할

에 주목하여 이들의 식생활을 조사하였다는 점에서 계도적 성격을 띤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의 식생활이 남편이나 아이들의 식생활에 어떤 영 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은 제시되지 않는다. 정의철의 글은 다문화사 회에서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하는데, 다문화교육에서 미 디어교육이 가지는 장점이 더 부각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미국 사례의 비교적 맥락이 제시되지 않고 한국의 사례가 부재하다는 점도 아쉽다. 도남희의 글은 앞으로 한국사회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다문화가족 아동들의 생활 연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이주자 가족이라는 위 치 뿐 아니라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이주자 어머니 개인의 교육 및 양육태도가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 이처럼 I부에서는 다문화사회라는 변화를 가져온 한국사회의 새로운 성원으로서 귀환 입양인과 결혼이주여성, 그리고 다문화가족 아동에 주 목한다. 이 세 유형의 한국인 모두가 당연하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사회에서는 생물학적 한국인이냐 문화적 한국인이 냐의 구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인인 우리’가 인정하는 ‘한국인’만을 받아들이려는 자의적 민족/종족 인식의 골격과 그 것의 해체 가능성이 드러나야 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글쓴이 들이 서로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이주와 이주자 정체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못한다. 일 례로 김현미의 글에서 결혼이주여성은 문화해석의 주체자 위치로 간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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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신원선의 글에서는 가족문화의 담지자로 상정된다. 또한 심영희의 글에서 가족의 식생활과 음식은 각기 다른 문화가 혼합되는 영역으로 간 주되지만 신원선의 글에서는 문화 부적응과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는 영 역으로 제시된다.

다문화 사회의 ‘이주’ 2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이라는 제목

하에 한국에서 해외로 나간 디아스포라와 이주의 역사를 다룬다. 한국사 회의 국제이주라는 주제는 1988년 올림픽 이후 조선족 동포와 동남아시 아 노동자들의 이주, 이어지는 아시아 각 지역 여성의 결혼이주에 국한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근대국가 성립의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 시 기부터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걸쳐 발생한 한국인의 국제이주 역사가 소환된다. 오늘날 다문화 사회의 형성구도에는 한국의 영토 안으로 들어 온 외부인뿐 아니라, 한국의 영토 밖으로 나갔던(나가야 했던) 또는 다시 돌아온 한국인들도 포함되는 것이다. 일제시기 일본 공장으로 일하러 갔던 제주 출신 여공들 (서지영), 바 다 건너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로까지 물질을 나갔던 제주 해녀 들 (장혜련), 제주 4·3사건을 통해 경계인으로 내몰리는 일본에서 돌아온 귀향자들 (김종욱), 1970년대 이후 일본에서 자리잡은 한국여성기업가들 (유연숙), 코리안 드림으로 한국 방문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 조선족 여

성들 (홍설화), 한국전쟁이 끝나도 지속된 해외입양 관행으로 한국인 아 닌 한국인으로 성장한 해외입양인들 (최유진)의 과거 이야기가 오늘날 다문화 한국사회의 배경 역사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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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사회 2012 가을/겨울 호 통권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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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논평해보면, 김종욱의 글에서 소설 속 재일일본인의 삶은 한국 의 근대국가 형성과정의 폭력성과 그것을 잊어야 했던 망각의 역사를 불러낸다. 이 과거는, 홍설화의 글을 통해, 오늘날 조선족에게 과거 일본 이 한국으로 환치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한편, 서지영의 글은 20세기 초 일본 공장으로 진출한 제주여성에 대한 연구로, 이들은 한국 최초의 여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발굴해낸 개인 경험담이 당시의 제주 사회 나 재일 한인사회에 대한 설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장혜련의 글은 20세기 초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건 너가 물질을 한 제주해녀에 대한 연구로, 이들은 한국 최초의 계절이주 노동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반복적 이주노동이 ‘유목적 주 체’라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생존전략인 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 족하다. 유연숙의 글은 1970년대 말 이후 일본으로 건너 간 뉴커머 한 인여성이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례연구로, 새로운 한인여성이주라는 연구 주제를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 진입을 위해 아카스리 (때밀이)나 호스티스로 일해야 했던 상황과 일본인 남성과의 결혼을 통

한 정착의 의미를 살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최유진은 두 편의 영화를 통해, 해외입양인의 삶에 깔린 침묵된 이주와 죽음 이미지의 서사적 표 현과 문학적 상징을 분석한다. 여기서 미혼모 어머니라는 위치는 뚜렷하 게 제시되나 여아 입양의 젠더성은 분석되지 않고, 비슷하게 자신을 배 출한 한국사회의 구조는 명확히 제시되나 자신을 입양하고 키운 서구사 회의 구조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다는 점은 아쉽다. 국경을 넘는 이주의 증가로 근대국가가 기반하고 있던 국민적 정체성 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과거 근대 민족국가는 ‘상상의 공동체’에 대한 믿음에 기반하였고 (앤더슨 1991), 근대국가의 건설은 국 민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마르티니엘로 2002: 24). 그러나 국 가의 경계를 넘는 이주의 증가로 한 국가의 민족/종족적 구성은 한층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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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 내부의 인종적, 민족/종족적, 문화적 차 이에 따른 갈등이 야기된다. 한국인의 국제이주와 관련된 트랜스내셔널 리즘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의 다문화 사회 지형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작업이다. 지난한 한국의 근현대사가 어떻게 ‘한국인’으로 간주될 수 있 는 다양한 기준들을 삭제하고 민족의 이름으로 민족을 정의하는 자의적 판단을 종용하였는지,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사회의 ‘문화’ “다문화 사회: 이주와 트랜스내셔널리즘”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다문

화사회가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의 증가로 생겨나고 문화가 정체성을 인 식하는 틀을 제공한다는 점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다양한 주제와 사례, 접근법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장 점이다. 14편의 각기 다른 글을 묶어 하나의 책으로 내는 방향 조정 작 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더욱 더 전체를 아우 르는 도입부를 강화하여 각각의 글들이 하나로 묶인 배경을 정리해 주 었더라면 총서로서의 의미가 살아났을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조직해보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시대 별로 제시하거나 국내로 들어온 국제이주자와 국외로 나간 한국인이주 자의 시대와 상황을 대비하여 보는 방식으로 민족/종족 정체성과 트랜스 내셔널리즘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시선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체 14편 중 9편이 여성이주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주와 민족/종족 정체성에 젠더가 개입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분석으로도 구 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용만으로도 이 책은 후속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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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이 맘껏 판을 벌일 수 있도록 두툼하니 튼실하게 짠 멍석을 널찍하 게 깔아준 셈이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후속 연구들은 ‘문화’의 개념과 한국식 용례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사회’와 함께 근대에 출현한 개념이지 만, 훨씬 더 맥락에 따라 다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사용된다. 현대사회에 서 문화적 다양성은 하위문화에 기반하거나, 특정한 이념적 지향을 따르 거나, 종족이나 민족 집단에 따라 나타나는데 (Parekh 2006: 3-4), 다문화 사회 논의는 대체로 세 번째 경우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마르티니 엘로의 정리처럼 (마르티니엘로 2002), 실제 다문화적 사회구성을 승인 하는 입장에는 이국적 소비와 취향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온건한(soft) 다 문화주의에서부터 이주자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정치적 승인을 주장하는 강경한(hard) 다문화주의, 피고용인과 소비자의 종족 구성이 변화함에 따 라 도입되는 시장(market) 다문화주의에 이르는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 문화인류학자들은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문화주의의 문제나 위험성을 지적하는 비판적 논의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예를 들어 엘러(Eller 1997)는 (마르티니엘로의 분류 를 따르자면 강경한) 다문화주의에서 문화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반영 하기보다는 이념적 실재로 상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다문화주의에서 문화라는 개념이 사용되는 방식 자체를 문제시해야 한 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의 인정을 지향하는 다문화주의가 정책으로 시 행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문화적 게토가 생기고 정치경제적으로 불평등 한 관계가 문화 차이 담론으로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티니엘로 2002).

대체, ‘문화적 차이의 실제 경계 지점은 어디인지?’ ‘문화적 관습은 무 조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는지?’ ‘서로 다른 문화를 평가하기 위한 보편적 기준은 존재하는지?’ ‘문화간 의사소통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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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문화상대주의를 둘러싼 인류학에서의 질문은 다문화 사회를 이해 하는 데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Parekh 2006: 9). 문화와 민족/종족 정 체성 관계가 얼마나 본질적인지 또는 상황적인지는 회의를 품고 질문해 야 하는 문제이다. 과거의 의미를 재해석하지 않고 현재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없기에, 오늘날 다문화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는 근대의 형성과 국 제이주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과 탐구를 요청한다. 이 책은 이 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가장 포괄적인 답변이며, 흥미로운 후속연구들을 이끌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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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앤더슨(Anderson, Benedict). 1991.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 윤형숙 옮김. 서울: 사회비평사. 마르티니엘로(Martiniello, Marco). 2002. 󰡔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 다르게. 평등 하게 살기󰡕. 윤진 옮김. 서울: 한울.

Eller, Jack David. 1997. “Anti-Anti Multiculturalism.” American Anthropologist 99(2): 249~256. Parekh, Bhikhu. 2006. Rethinking Multiculturalism: Cultural Diversity and Political Theor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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